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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유연하게 만나기


제3의 장소로 만나는 로컬 



 책 '로컬의 발견 : 제3의 장소와 관계인구'는 여러명의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지역의 제3의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서 말하는 지역은 '참여하고 싶은 애착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 등에서 통일성 있는 일정한 구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지역에 유연하게 만나는 방법으로 올덴버그가 지적한 제3의 장소를 더 발전시킨 진화형 ‘제3의 장소’를 강조한다.  


제3의 장소란 가정(제1의 장소), 직장(제2의장소)도 아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우리 집 같은 느낌을 주는 자유로운 공간을 말한다. 즉 가볍게 모여 교류하며 쉬고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위치나 입장을 신경 쓰지 않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특징은 유연하게 지역과 관계 맺는 데 적합한 특성이기도 하다.


책 '로컬의 발견 : 제3의장소와 관계인구 (이시야마 노부타카 지음) 'P. 14를 참조하여 재구성


4장에서는 제3의 장소를 스타벅스와 같은 마이플레이스형, 사교 교류형, 목적 교류형으로 나누었는데. 책의 각 장에서는 3가지 유형 중에서도 목적 교류형에 집중하여 지역을 대상으로 느슨하게 관계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사람들은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기획된 지역 주도 프로그램에 참가자도 아니다. 단지 우연한 계기로 지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지역의 사업까지도 함께 전개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3곳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지역의 청년 인구의 유출로 알려져있어 각 지자체는 청년층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책 ‘로컬의 발견’에서는 지역재생 사업의 주도자로 청년에 집중하지 않고 고령자, 어린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역출신자,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처럼 기존에 지역재생 사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주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 중 인상깊었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이직 준비 중인 여성 지원 / 폴라리스와 타운카페


출처 : 폴라리스 공식 사이트 https://polaris-npc.com/



 폴라리스는 이직을 준비 중인 여성을 지역 상인회와 기업이라는 중요한 주체들과 연결하며 '지역 활성형 + 경력 형성형' 제3의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출산 후 육아 모임에서 알게 된 이치카와 노조미, 오쓰키 마사미, 야마모토 미와 등 여성들이 창업한 회사로,  '세타가야 서무부'라는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육아 등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 세타가야 서무부에서는 4-5명 여성이 팀을 이루어 업무를 위탁받는다. 위탁 방식이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유연하며, 팀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이가 아플 때 서로 신속하게 도울 수 있어 육아 중인 여성이 일하기 편한 방식이다. 



출처 : 타운카페 공식 사이트 https://town-cafe.jp/


 타운카페는 지역에의 관심을 도모하는 ‘지역 활성형’ 제3의 장소이다. 요코하마시로 이주해온 사이토 다모쓰가 지역 주민으로서 지역에 필요한 것을 궁리하게 되면서 만들어졌다. 다양한 세대가 편하게 방문하는데 방문자들이 지역 정보를 보기도 하고, 수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작은 상자숍이 있어 누구라도 주인이 되어 판매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교류회와 학습회도 자유롭게 열리면서 그것이 경력을 만드는 기회로 발전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모임은 인재발굴과 네트워크 구축으로 연결되며 지역 리더가 만들어져 행정기관과 연계한 지역활동 기획으로도 이어진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꼭 지역을 활성화해야겠다는 목적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경력을 지속하려고 고민하던 중에 지역과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이며, 타운카페와 같이 지역의 제3의 장소를 통해 특정한 목적없이 가볍게 참여한 사람들이 지역의 사람들과 연결되며 지역의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 폐교 활용 / 산촌도시교류센터 사사마 



출처 : 사사마 교류센터 공식 사이트 https://www.city.shimada.shizuoka.jp/kurashi-docs/sansontoshikoryusenta-sasama.html


사사마 교류센터의 시작은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로부터 시작된다. 1990여년경 가와네 정립 사사마초등학교 입학 아동수가 10명을 밑돌자 지역 미래에 위기감을 느낀 마을 주민들이 나서 나미즈야(일본어로 무엇이라도, 우선, 해보자의 앞 글자를 딴 이름)모임을 만들어 지역의 미래를 위한 방안을 구상하였다.


이후 2004년 가와네정 교육 위원회는 폐교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사사마 지역 활성화 등을 위한 촉진협의회가 결성되어 폐교는 어쩔 수 없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장을 남기고 싶다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폐교를 숙박체험교류시설인 '시마다시 산촌도시교류센터 사사마'로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설을 어느정도 유지한 채 공중목욕탕, 숙박시설, 다다미방, 취사 가능한 식당, 연수실과 회의실 등으로 공간을 개조하였다.


 교류센터의 관장으로는 나미즈야 모임의 리더이기도 했던 기타지마가 취임하게 되었는데, 그는 중산간지역 활성화를 해보고 싶어서 조기 은퇴하고 본가로 돌아온 인물이다. 그가 교류센터 운영 시작 전에 주민들과 공유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⓵ 아이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단기 학교 프로그램 부활

⓶ 노인 쉼터, 주민 교류를 위한 살롱 만들기

⓷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사삿코 숲’ 만들기

⓸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 만들기


4가지 목표와 더불어 기타지마는 교류센터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며 사업의 최종 목적은 지역 활성화라고 강조하며 교류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멤버들과 지역 자원 발굴부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지역을 다시 살펴보았는데, 주민들이 자기가 보고 스스로 인식하면서 지역 만들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교류센터에서 지역으로 파급된 활동 중 하나가 도시락 등 식품을 가공하는 그룹 ‘히나타 봇코’이다. 이 그룹은 지역 여성들의 자기인식을 계기로 만들어졌는데, 여성들이 교류센터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도 무언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식사제공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만든 그룹이다. 기타지마는 교류센터로부터 지역으로 활동이 전개되는 것은 가능한 일을 지역민 모두 함께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흐뭇해한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주민의 주체성으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맡아서 해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 기타지마라는 핵심인물의 리더십으로 주민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그의 역할이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책 '로컬의 발견 : 제3의장소와 관계인구 (이시야마 노부타카 지음) 'P. 14를 참조하여 재구성



<로컬의 발견>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우연성이 더해져 지역 활성화로 이어진 것들이다.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굵직한 목표가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사람과 사람의 연대가 지역을 좋아하게 되도록 지원해주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지역과 유연하게 연결되기 추천하는 이유는 개인의 경력 형성에 자극이 되고 다양한 자기 인식을 형성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즉, 지역 재생이라는 목표가 아닌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누구나 어떤 이유로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렇게 지역과 유연하게 연결되는 방법은 지자체에게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닌 그저 제3의 장소와 같은 가벼운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사람과 사람의 연대가 형성되고, 결국 이를 통해 지역에 관심 갖는 인구(관계인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로컬의 발견을 통해 본 일본의 사례들은 지역재생의 주도자는 꼭 청년 뿐만이 아닌, 경력을 쌓고 싶어하거나 그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해서 우리나라도 청년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지역재생 사업의 범주를 확장해서 제3의 장소를 통해 ‘청년’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연대가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지 않더라도, 결국 지역을 이끄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과의 연대가 많아진다면 그 지역 또한 활력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 성지수 | 디자인 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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